2011/01/29 15:56
독서 트레이닝
1. 들어가며
대가의 '통찰'이 당대를 뛰어 넘어 역사 속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론이라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수많은 계몽주의 철학자들의 경제적 견해가 현대 경제학의 밑바탕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의 아버지'라는 영예로운 호칭이애덤 스미스에게 주어진 것은<국부론>에 이르러서야 경제학이 하나의 완성된 이론적 체계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애덤 스미스 이전 계몽주의 철학자들의 통찰은 경제학사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조지 소로스라는 인물의 '통찰' 역시 한 세대를 풍미한 투자가의 - 투기자라고 불러야 할 지도 모르겠으나 - 투자인생을 관통하는지혜로서 현재의 시장참여자들에게 의미있는 시사점을 제공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최근 출간된 <조지 소로스,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주장은 <금융의 연금술>(김국우 역, 국일증권경제연구소,1987)의 초기 견해에서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 같다. 자신의 통찰을 하나의 완성된 철학으로서, 시장이론으로서 정립하고자 하는 그의 바램을충족시키기에 그의 통찰의 출발점인 재귀성이론의 순환성과 불확정성은 처음부터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고, 예측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버블-붕괴의 패턴 역시 그 진폭을 가늠할 수 없는 이론이 어떻게 이론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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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소로스,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 ![]() ( 조지 소로스 지음, 황숙혜 옮김, 이상건 감수/위즈덤하우스 ) George Soror, The New Paradigm for Financial Markets, Public Affairs, 2008 13,500원, 287페이지 |
2. 개요
이책은 크게 두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Part1은 <금융의 연금술>에서 이미 다루었던 시장에 대한 그의 견해,재귀성이론에 대한 철학적 설명이고, Part2는 슈퍼버블 가설과 2008년 및 향후 투자전망을 담고 있다.
우선, 재귀성이론은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완전경쟁시장과 합리적 기대설을 부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인간의 행동은 몇 가지의 오류에 기인하는데,
- 불완전한 지식을 근거로 미래를 예측하고 행동하며, 잘못된 행동의 결과를 현실로 인식하여 또 다시 미래를 예측한다. 이는 엑셀의 순환참조 오류와 같은 독립변수와 종속변수의 순환참조로 판단의 오류를 확대한다.
- 조작적 기능[주1]에따라 인식의 옳고 그름,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현실은 진실과 상관없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있다. 소로스는 이러한 재귀성이 시장을항상 과도한상승(버블)과 과도한 하락(패닉)을 반복하는 패턴으로 만들고, 경제정책 역시 같은 이유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없게 된다고 주장한다.
특이한 점은, 최근 위기를 기회로 봇물처럼 출간된 책들의 암울한 전망과 달리 소로스의 스탠스는 중립적이다. 시장의 전개상황[주2]에 따라 판단을 달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아마도, "역사는반복되지 않는다."는 재귀성에 충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3. 사견
그렇다면,경제학자들은 소로스의 주장처럼 인간의 불완전함과 그로 인한 재귀성에 대해 무지한 것일까?
경제학이 과학으로 자리잡기위해 선택한 과학적 방법론의 대전제 - 시장참여자들은 완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최대한 효율적인 선택을한다- 에 대한 부정은 사실은 소로스만의 통찰은 아니지 않을까? 이 질문에 관해 나는 경제학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 이유는,
- 사건의 흐름을 예측불가능하게 하는 인간의 오류에도 불구하고,버블은 반드시 붕괴하며 패닉은 지속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결국 시장은 균형을 향한다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에 타당한 근거를 제공한다.
- 고로, 경제학자들의 시장의 완전성에 대한 가정은 인간의 불확실성에 대한 무지 때문이 아니라 사회과학으로서의 체계수립을 위한 의도적 배제라고 판단된다.
- 현대 경제학이 가지는 불완전하지만 때로는 강력한 설명력으로 보아 이러한 배제는 타당한 것이었음을 의미한다.
재미있는 것은 경제학자들과는 달리 성공적인 시장참여자들과 금융전문가들이 특정한 경제학이론의 지지자로서 행동하지 않고 시장에 순응한다는 면에서, 이미 똘똘한 투자자들은 그가 주장하는 재귀성을 체화하고 있는 듯이 행동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재귀성이론이라는 철학 - 본인이 철학으로 인정받고자 간절히 원하는 - 의 결정판이라고 소로스자신이말하는<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그 거창한 제목에 걸맞는 성과를 얻는데 실패한 것으로 생각된다. 재귀성에 대한 그의 견해가 주는 유의미한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그의 주장은 완결된 하나의 이론적 체계로 정립되기보다는, '인간이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불가지론으로 귀결된다. 완전성의 부정으로 얻게 된 결과가 개악된불확실성이라면 그러한 주장은 워렌버핏의 조언과 같은 현인의 지혜로 남아 있어도 그 보상은 충분하지 않을까?
결국,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제목은 소로스가 자신의 견해에 대한 자부심의 자기강화적 순환- 재귀성 - 끝에 얻게된 심리적 버블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판단이다.
주
[1]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변화시키려는 경향, 소로스에 의하면 '재귀성'은 '인지적 기능'과 '조작적 기능'의상호작용에의해 강화된다.
[2] "글로벌 경기둔화가 침체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이 선진국보다더강한성장을이룰가능성에 대해서는 웬만큼 확신할 수 있다. 그러나 원자재 생산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설비 과잉이발생하면결국상황은역전될것이다." - p224



